Threshold: Moon Kyung Won & Jeon Joon Ho, Max Frisianger, Park Suk Won, Chung Hee Seung, Ju Se Kyun, Jongwoo Ahn
챕터투는 2025년을 시작하는 첫 전시로 문경원 & 전준호, 막스 프리징거(Max Frisinger), 박석원, 정희승, 주세균, 안종우 등 6명의 국내외 작가가 참여하는《문지방, Threshold》을 1월 17일부터 3월 15일까지 연남동 전시공간에서 개최한다. 일상적인 사물의 외양이나 그 상징을 기반으로 새로운 내러티브를 생성하거나 개념적 논의의 단초가 되는 일련의 작품들은, 전시명이기도 한 문지방으로 명명된 사고의 전환이 촉발되는 가능성의 영역을 다양한 방식으로 조망한다.
문지방(Threshold)은 여러 문화권에서 한 공간과 다른 공간을 나누는 심리적, 관습적인 경계로 인식되어 왔다. 여기에는 문지방이 가진 개념적 속성, 즉 어느 한쪽에 속해있지 않은 중립적인 영역이라는 인식이 작용한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 트와일라잇 존(twilight zone)은 모두 두 개의 속성을 가지면서도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이 독립성은 인접한 두 영역의 자유로운 접근과 이동이 담보된, 선명함과 모호함이 공존하며 탈 이분법적이다.
<문지방>은 레디메이드 또는 사물의 외관에 따라 재현되거나 카메라에 포착된 작품들을 통해, 즉물적인 해석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관점이 등장하는 경계 지대를 조성하고 그곳으로 초대한다. 눈에 보이는 것과 암시되는 것 사이의 긴장을 강조하며 그 안에 내재된 역사적 사실, 내러티브를 찬찬히 들여다 보기를 독려한다. 기초적인 산업 재료이기도 한 각각 나무와 철로 제작된 Mutation-Relation 7726 (1977, 박석원)과 Ursa (2022, 막스 프리징거)는 느슨하고 간결하게 동물의 형상을 재현한다. 느슨하다는 뜻은 묘사 대상의 특징적 요소가 최대한 절제되었다고 해석될 수 있는데, 이는 제목을 통해서야 만 원본이 어림짐작 되기 때문이다.
고릴라의 마스크를 쓰고 있는 남자 (Inertia, 2020, 정희승)와 팝아트적 색채가 강한 Nutella (2023, 안종우), 미술사적 레퍼런스와 연관된 역사적 사실과 팝아트적 아이콘이 후대의 미술가들에게 차용되고 서사의 일부로서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예시이기도 하다. 과거와 현재가 맥락적으로 얽힌 지점들은 작품에 대한 유의미한 해석이 단단히 자리 잡고 보다 생동감 있게 표출되는 곳이기도 하다.
염색한 모래, 흑연 가루, 흰색 파우더 등을 '세밀한 뿌리기’로 전시장 바닥에 구현한 주세균의 Notional Flag #6-A (2025)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깃발들임에도 마치 상호 협약을 맺은 특정 국가들의 엠블럼인 양 보인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수많은 규범과 정의, 의미는 '실체와 개념' 사이 어디엔가에 기거할 수밖에 없는 운명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람의 상체를 알루미늄과 아크릴로 정교하게 가공하여 재현한 문경원 & 전준호의 작업 (Super Lung, Super Mask, 2021)은, 하이테크적인 정교함과 작품 제목으로 인해 다분히 언캐니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마치 시청각 자료의 형태로 설치된 정교한 구조물은 인간의 기관을 모태로 하였음에도, 인간을 타자화하며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의 다양한 발화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