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 열린 문: 권효민, 박이도, 최지목

22 September - 29 Octobe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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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투는 제6기 레지던시 입주작가전인 《반쯤 열린 문(Half Opened Door)》을 9월 22일부터 10월 29일까지 연남동 전시 공간에서 개최한다. 권효민, 박이도, 최지목 3인이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레지던시 입주에 즈음해 각자의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세 명의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고, 입주 기간을 통해 펼쳐질 진일보한 또는 새로운 시도들을 미리 가늠해 보고자 함에 있다.

 

세 작가 모두 묘사하는 대상에 대한 모호함을 견지한다. 보통 예술 작품에 서린 모호함은 감상자에게 불안과 유사한 감정을 일으키는데, 보통 이러한 감정은 자신의 사고체계 안에 장르, 형태, 시대 등의 그룹핑으로 대상을 체계화시켜 저장하지 못할 경우 생겨난다. 이는 곧 타자에게 해당 작품을 일반화시켜 전달할 수 없다는 프로토콜(protocol)의 부재를 뜻하기도 하고, 공통적으로 집단 형성의 기초가 되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에 기인한다.  

 

이러한 모호함은 구체적인 형상 또는 장면의 묘사와 의도적인 거리 두기를 통해 구체화되는데, 이는 대상을 은폐하거나 왜곡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그보다 시각이라는 단일한 감각에 의존하는 매체의 태생적 한계에 대한 세 작가 모두 공통적으로 느껴온 갈증의 발현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마치 대화 중에 의도적인 긴 침묵이 앞서 언급한 내용을 증폭시키고 효과적으로 상기시키듯이, 대상에 대한 객관적인 형용의 정도를 효과적으로 통제함으로써 그 배음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작품에 이입하고자 했던 미묘한 감정이 배어 나오게 하는 것이다. 

 

작품에 대한 명료한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은 ‘반복되는 미망’에도 불구하고 쉽게 빠져드는 유혹과도 같다. 박이도의 밀랍 회화, 권효민의 마이크로 적층 부조, 최지목의 아상블라주는 그런 점에서 즉각적인 명료함을 주는 대신 비정형의 표피 아래 또는 그 형태 자체에 기거하는 작가의 개인적인 내러티브로 관심을 유도한다. 모든 해석의 가능성에 유연하게 열려있는 대상들은 단일한 스토리텔링의 부재에서 오는 불안의 원천이 아닌, 작품을 마주함으로써 비로소 발견하게 되는 자신 고유의 감상을 찾게하는 촉매제가 된다.

 

권효민(b.1985)은 대구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서양화과,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에서 Painting & Drawing 석사학위를 받았다. 권효민은 대상의 색감이나 질감과 같은 비구상적 특징의 조합들이 단일 이미지화 하는 과정을 통해 부여 받는 시각적 특성에 관심을 가져왔으나 최근 지속하고 있는 <Gallstones> 시리즈는 색색의 다양한 크기의 레진 조각들이 불규칙하면서 정교한 형태로 집적되어 있는 평면부조이다. 재료 본연의 견고한 물성을 가진 레진은 투명한 특성으로 인하여 다채로운 색상의 빛이 중첩되며 시각적으로 단단하고 밀도 있는 장식성을 획득한다. 전시장 벽과 대비되는 초소형 조각의 물체와 첩첩이 쌓여 있는 형태는, 정해진 사회의 규범 속에서 내밀하게 축척된 작가의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세계를 은유한다.

 

박이도(b.1983)는 프랑스 디종 보자르(Ecole Nationale Supérieure d'Art et de Design de Dijon)에서 조형예술 학사를 졸업하고 스트라스부르그 아르데코(Haute école des arts du Rhin)에서 조형예술 석사를 졸업했다. 박이도는 다양한 시리즈 작업을 통하여 보편적 삶과 주변 모습을 실상과 허상의 경계에서 조망하고 그 사이에서 작용하는 회화의 기능을 탐구한다. 최근 작가는 기존의 형식을 벗어나 스스로 구성한 가상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풍경을 구성하는 다양한 감각과 자연물의 질감을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표현한다. 작가의 풍경화는 밀랍과 종이죽 등의 재료를 여러 방식으로 혼합하여 발현되는 질감을 통해 박이도만의 화면을 구성하며 새로운 감흥을 획득한다.

 

최지목(b.1981)은 수원대학교에서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독일 킬 미술대학(Muthesius Kunsthochschule)에서 순수미술 석사학위를 받았다. 최지목은 사회적 약속이라는 기존의 틀을 깨고 낯선 경계를 드러내며 새로운 관점과 경험을 제시한다. 작가는 전통적인 의미를 가지며 문화적 상징성을 가진 사물을 일상에서 수집한 뒤, 물리적으로 해체하고 재조합하여 사물의 안과 밖을 뒤집는다. 새로운 틀은 절단된 단면을 바깥쪽으로 그대로 노출하며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획득하고 사물은 물리적인 해체를 통하여 새로운 관념적인 의미를 보여준다. 생각이 가두어진 경계의 끝은 모습 그대로 반전되며 작가의 개입으로써 전복되는 관념을 강렬하게 시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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