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유연: 낯
공동체에 속한 개인의 일상 또는 타자와의 교류 가운데서 파생되는 언캐니(uncanny)한 감정의 시각적 재현에 관심을 가져온 양유연 작가는, 이번 전시《낯(Face)》에서 평소의 기록과 수집한 자료를 기반으로 자신의 주관적인 감정, 기억을 더하여 ‘낯익은 두려움’을 주제로 한 신작을 선보인다.
장지라는 동양적 미디엄을 사용했음에도 양유연의 작업은 모션 캡처 (Motion Capture), 인공적인 라이팅 흔적 등 디지털 시대의 범용적 요소가 잘 스며들어 있다. 즉, 어떤 행동에 몰두하고 있는 대상의 순간이 인위적으로 포착된 것과 같은 효과는 그 대상과 그 대상이 마주친 상황, 그리고 감상자 간의 미묘한 불편함을 선사한다. 대상에 직접적으로 떨어지는 과도한 광량의 빛과 이를 애써 외면하거나 가리려고 하는 인물들의 모습 또한 드리워진 감정 선의 기묘한 복선으로 작용한다. 특히, 과거 작가의 작품에서 빛의 존재가 특정한 맥락에 구애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대상이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중심 이미지를 강조하거나 인위적으로 노출하고자 하는 수단으로 쓰였음이 작품 전반에서 관찰된다.
장지에 물감을 중첩하는 작가의 독특한 회화 방식은 서두에서 언급한 작가의 세계관을 효율적으로 전사하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옅은 물감을 반복적으로 덧칠한 화면은 재료가 가지고 있는 겹의 물성이 극대화되며 부분적으로 어두운 채도를 띄며 서늘한 분위기를 일으키는데, 이러한 시각적 효과는 대상 인물이 처한 상황과 그에 따른 감정의 표출이 즉각 돌출되지 않고 서서히 배어 나오도록 조절한다. 휘발성이 강한 감정의 일시적 표출이 아닌, 익숙한 듯 불편한 감정이 조용히 도사리고 있는 듯한.
양유연에게 챕터투 레지던시 기간과 그 결과이기도 한 이번 전시는 작업 방식의 지평을 넓힌 계기이기도 하다. 묘사 방식과 기법, 색감의 사용 패턴에 대해 작가가 기존에 고수하던 방식에서 떠나, 그리고자 하는 이미지에서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심상의 자유로운 표출에 집중했음이 보여진다. 장지에 채색이라는 방식을 고수하면서도 대상에 따른 표현의 진폭을 넓히고, 동양적 재료로부터 현대성을 획득하려는 양유연의 새로운 실험 또한 주목할 만하다.
양유연(b.1985)은 성신여자대학교 동양화를 전공하고 동대학원 동양화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아마도예술공간(2019), OCI미술관(2014)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제58회 카네기 인터내셔널(The 58th Carnegie International)에 초청되어 카네기 미술관에서 작품을 선보였으며 '종근당 예술지상2019'에 선정된 후 2021년 세종미술관에서 개최된 '제8회 종근당 예술지상'에 참여한 바 있다. 그리고 아마도예술공간(2022), 교보아트스페이스(2021), 갤러리소소(2021), 챕터투(2020), 스페이스K(2020), 국립현대미술관(2019), 보안여관(2019), 두산갤러리(2018), 금호미술관(2016) 등에서 열린 그룹전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