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위에 서서: 배윤환, 신용재

8 June - 15 July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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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챕터투 (Chapter II)는 배윤환, 신용재 작가의 이인전,《듀얼 내러티브 : 지평선 위에 서서를 6월 8일 부터 7월 15일까지 개최한다. 

 

지평선은 상징적으로 현상계(Phenomenon)의 기준점 구실을 한다. 중세 유럽을 중심으로 한 대항해시대, 광활한 아프리카 및 아메리카 대륙 탐험사, 실크로드의 개척 등 인류 문명사의 굵직굵직한 이벤트마다 지평선은 미지의 세계에 다가가는 인간이 기댈 수 있는 정보의 원천이자, 어원의 시초인 그리스어 horizein이 나타내듯 개입할 수 없는 대상인 '하늘'의 하한선인 일종의 한계점으로 인식되어 왔다. 지평선의 하부인 지상(地上)은 사전적 의미 외에 인간의 행동 반경이자 문명의 물적 토대가 되는 공간이고, 인류의 역사, 철학, 윤리, 사회 규범, 의식주 등을 모두 망라하는 세계(世界)이자 현상계의 근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배윤환의 드로잉 연작은 작가의 상상속에서 뛰쳐 나온 각양각색의 생명체들과 다양한 군상들이 지상에서 벌이는 세상만사를 질펀하게 늘어 놓는다. 캔디드 포토그라피 (Candid Photography)의 형태를 빌어 같은 크기로 그려진 수십장의 이미지들은 사회적 규칙과 관계와 위계, 욕망, 향락, 조리와 부조리에 던져진 주체들이 벌이는 천태만상을 그려내고 있는데, 하단에 거칠게 달려진 부제와 결합하여 정확한 시공간과 상황적 묘사가 결여된 모호한 장면을 보여준다. 

 

거친 기법적 테크닉과 함께 생경하고 기묘한 이미지들을 비정형적으로 스테이징함으로써 작가 특유의 환영주의적 접근법을 구축해 나가던 시기의 스토리 텔링 매커니즘을 짐작하끔 한다. 작가는 보고 읽고 들은 정치적 사건, 이야기, 우화, 그리고 개인적 경험에서 모티브를 얻는데, 24시간 쉴세 없이 쏟아져 나오는 미디어 이미지나 고전미술 이미지를 선택적으로 차용하여, 방대한 이야기를 서로 병치시키고 대립시키며 끊임 없는 서사의 형태로 풀어나가는 작업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통해 드러나는 그의 작업은 딱히 정해진 스토리 라인이 있는 것은 아니고 산발적이며 일화적인 이야기들이 툭툭 불거져 나오는 방식이며, 이는 작가 특유의 구상회화적 오토마티즘(Automatism)의 발현이기도 하다.

     

신용재의  '무대의 기억 시리즈'는 배윤환의 드로잉 연작과 대척점에 위치한, 다시 말해 지평선의 상부이자 개입 불가능한 자연적 대상인 '하늘'의 외형적 특징을 포착하여 묘사한 일련의 기록화이다. 인간 세계와 유리되어 존재하는 대상에 대해 작가는 타자화 관점에서의 배타적 입장에 머무르지 않고, 하늘 풍경이라는 순수 회화적 도상의 근저에 그날 그날의 자신의 일상과, 감정, 태도 등을 차곡차곡 쌓아 작가의 상념에서만 존재하는 비시각적인 층위를 형성하였다. (이러한 비시각적 층위는 직설적으로 세상 만사를 풀어 놓은 배윤환 드로잉 작업이 지향하는 바와 기능적으로 동일선상에 있는, 그러나 형태적으로 감추어져 있고 조금더 순화되고 절제된 양식으로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재현으로서의 하늘의 풍경은 진부하며 상투적으로 비추어 질 수 있는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시공간과 연계된 작가의 소소한 일상의 반추가 비물질적으로 도포됨으로서, 정태적인 풍경화에 머물지 않고 개별성을 부여 받는다. 변화무쌍한 일기의 변화는 그날 그날의 작가의 감정의 변화일 수 도 있고, 그리는 행위를 통해 대상을 목도한 작가에 의해 그날 자신의 내면의 반영이라고 믿어질 수 도 있다. 이러한 동일시의 주체는 작가가 아닌 지평선 위의 독립적 개체인 '하늘'인데도 불구하고, 작가는 대상이 되는 하늘의 전체적인 형세와 특정한 부분의 취사선택, 그리고 색의 발산에 대한 주관적 해석과 표현을 통해 회화의 주체자로서 지위를 획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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