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윤환: 랍스터 쿼드릴
챕터투 야드(Chapter II Yard)는 배윤환의 개인전, <랍스터 쿼드릴, Lobster Quadrille>을 10월 15일부터 11월 28일까지 성수동 전시 공간에서 개최한다.
배윤환의 회화적 스토리텔링은 보고 읽고 들은 정치적 사건, 이야기, 우화, 그리고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한다. 24시간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미디어 이미지나 미술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도상들을 선택적으로 차용하여, 방대한 이야기를 서로 병치시키고 대립시키며 끊임없는 서사의 형태로 다양한 크기의 매체에 풀어나간다. 이를 통해 드러나는 그의 작업은 딱히 정해진 스토리 라인이 있는 것은 아니고 산발적이며 일화적인 이야기들이 툭툭 불거져 나오는 방식이며, 이는 작가 특유의 구상 회화적 오토마티즘(Automatism)의 발현이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1865)의 챕터 제목에서 차용한《 랍스터 쿼드릴(Lobster Quadrille)》전은 이러한 작업 방식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다양한 오브제 및 재료의 수집과 응용 그리고 파기, 수많은 습작의 양산 등을 경험한 작가가, 그린피스(Greenpeace)로부터 수신한 소식지를 계기로 ‘오염’이라는 키워드에 작가로서의 자신의 창작 방식을 대입해보며 성찰해간 과정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전시 기간 중 상영되는〈 랍스터 쿼드릴〉(2020,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6분 28초)은 이러한 맥락 안에서, 작가 자신의 모습이기도 한 어떤 화가의 삶의 모습을 희화적으로 표현했다. 화가로서의 숙명인 수많은 텍스트와 이미지들을 만들어내고 그것들 사이에서 예술이 되는 것과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것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그러한 결과로 생존하게 되는 텍스트와 이미지의 함의 그리고 그것들의 은밀한 교묘함을 이야기한다. ‘가재의 춤’을 뜻하는 전시 제목은 팀 버튼(Tim Burton, b.1958)이 만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에 등장하는 OST 를 듣다가 작가가 불현듯 떠 올린 이미지와 깊은 연관이 있다. 오염된 바다에서 부자연스럽게 춤을 추는 해양 동물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창작과 그 부산물, 먹이와 사회 구조의 피라미드에서의 최상위와 그 하위, 가치 있는 것과 버려지는 것 간의 경계 등에 대한 생각들이 작품의 기저를 이루고 작품 안에서 언뜻 언뜻 명멸하며, 관람자의 의식안에 작가의 제작 의도를 내비친다.
이번 전시는 작가 특유의 경쾌한 필치로 그라피티 형식의 평면 회화 기법을 탐구해왔던 기존의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새로운 회화 기법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또한 의의가 있다. 인상파 이전의 리얼리즘 시대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형태의 중소형 페인팅들은 엄숙한 필치로 사자, 사슴 등 동물들이 다른 생명체를 섭생하는 장면을 클로즈업하여 보이고 있는데, 광택 처리가 된 표면은 주변의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음영의 깊이감을 더한다.
배윤환(b.1983)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각각 회화를 전공하였다. 한국의 유망한 젊은 미술인들의 등용문인 중앙미술대전(The 36th JoongAng Art Competition Grand Prix)의 파이널리스트로 선정되고 서울시립미술관(Digital Promenade, 2018; Emerging Artist, 2015), 대구미술관(Animamix Biennale, 2015), 아르코미술관(Arko Young Art Frontier, 2014), 청주시립미술관(Artist of Tomorrow, 2017), 제주도립미술관(Vibrancy and Life, 2019) 등 국내 주요 미술관의 전시에 참여하는 등 한국을 대표하는 차세대 페인터로서의 입지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