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섭의 기록: 손종준, 오유경, 윤석원, 이사라

11 November 2016 - 7 January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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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주) 유토피아 (회장 최춘섭)가 기업 메세나 활동의 일환으로 마포구 연남동 사옥에 개관하는 챕터투 (Chapter II)는 개관 기념전으로 오유경, 손종준, 윤석원, 이사라 작가의 그룹전,간섭의 기록(Chronicles of Influence) "을 11월 11일 부터 2017년 1월 7일까지 개최한다.

 

작품을 통한 동시대성의 발현이라는 작가의 지상 과제는 근본적으로 자신이 속한 집단, 즉  사회 및 국가와의 상호 작용과 그로 인한 작가 내면의 지적 활동에 의해 움트게 된다.가깝게는 소소한 주변의 사건들로부터 한 사회의 거대 담론 등에 구성원으로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지속적인 상호 간섭을 통해 축적되는 주관적 경험은 창작 활동의 자양분을 제공하는데, 이는 동시에 똑같은 뉴스나 사건 사고가 작가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의 작품으로 분화하는 이유가 된다. 이러한 외부(Exterior)의 간섭이 주는 자극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방식은 작가 자신의 조형의지를 통해 시각화 되고 고유의 스타일로 발전하며 궁극적으로 작가론을 규정한다. 따라서, 최종 결과물인 작품은 외부의 영향이 한 작가의 미적 가치관 형성에 어떤 방식으로 작용했는지를 가늠하게끔 하는 일종의 바로미터가 된다.

 

오유경의 설치 작품인 <만들어진 산 (2016)>은 다수의 헬륨풍선과 검은 천의 조합으로 산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검은 천을 부양시키는 각각의 풍선의 헬륨 함유량은 등고선의 높이를 좌우하고 이는 인공산의 전체적인 형세를 결정짓는다. 물리적인 한계를 지닌 풍선에 작용하는 근원적인 외력인 부력과 중력은 작가의 통제 밖에 존재하고, 시간의 경과는 자연계의 순환성을 환기시키며 침식 현상을 재현한다.

 

윤석원은 석상의 이미지를 소재로 택하여 침식과 풍화, 혹은 재해나 전쟁이라는 예기치 못한 외적 효과에 의해 본래의 외관이 변형된 석상들에 담겨진 오랜 시간의 흔적에 주목한다 <Meditation, 2014>.  본래의 질감을 극대화 하거나 소거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미지를 변환시키는 작업은 순전히 작가의 상상만으로 시간의 비가역성을 거스르며 수행되는, 이미 사라진 흔적에 대한 회화적 복기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사라의 영상 작품인 <이중 반사: 서울(Double Reflection: Seoul, 2013)> 는 타자화(他者化)의 개념이 현재의 서울에서 어떤 방식으로 남아있고 재현되는지에 대한 다큐멘터리적 접근이다. 인류의 역사 만큼이나 오래 지속되온 이러한 타자 및 타집단에 대한 고정관념(Stereotype)은 차별, 동경, 폭력 등 의 형태로 표출되는데, 특정 대상에 대한 표출의 방식은 역사 및 지역, 부, 문명화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작가가 선별한 영상 속 외국인들은 서울의 공공장소에서 타인으로부터 받은 경멸, 비판, 의심, 놀라움 등 다양한 종류의 시선을 재현하고 있으며, 이는 외국인에 대한 부지불식간의 우리의 일반적인 반응을 투사한다.            

  

손종준의 <자위적 조치(Defensive Measure, 2012)>는 개인주의의 심화, 과도한 경쟁, 양극화 등 자본주의의 폐해와 전통적인 가치관의 와해로 인해 자기방어적 성향과 타인에 대한 공격 심리가 하나의 사회 병리적 현상으로 고착된 현대 사회를 상징한다. 특히, 개인주의의 심화는 외부로 국한되던 차별이 동집단 내로 향하는 패턴을 생성하며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불신 풍조와 더 나아가 심리적 물리적 방어 수단을 강구하는 악순환을 조장한다. 작가는 인간의 신체에 덧 입혀진 다양한 형태의 철제 외피를 통해 이러한 형태의 과도한 자기 방어 심리가 기계문명으로 대표되는 물질만능 시대가 초래한 인간성 상실의 하나의 단상임을 은유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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