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재: 매일의 송가

6 February - 21 March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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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챕터투는 2월 6일부터 3월 21일까지 연남동 전시 공간에서 신용재 (Shin Yong Jae, b.1985)의 개인전, 매일의 송가(Daily Ode)를 개최한다. '하늘'이라고 칭해지는, 지표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의 변화무쌍함을 작가 자신의 감정선에 대한 외적 지표로 간주하고 기록해 왔던 작가가, 챕터투 레지던시를 거치며 지금까지 작업해 왔던 그 간의 결과물을 선보이는 자리이다.

 

하늘이라는 대상은 여러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신성불가침의 표상으로 간주되어 왔다. 물리적 제약으로 인해 다다를 수 없기에 단순히 아래에서 올려다봐야 하는 공간인 점에 기인하기도 했고, 빛의 유무를 가르는 태양이 출현과 사라짐을 반복하며 하루와 계절을 관장하는 신비한 영역이었던 면이 경외심과 그에 상응하는 두려움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용재의 작품은 지평선의 상부이자 개입 불가능한 자연적 대상인 하늘의 외형적 특징을 포착하여 묘사한 일련의 기록화이다. 인간 세계와 유리되어 존재하는 대상에 대해 작가는 타자화 관점에서의 배타적 입장에 머무르지 않고, 하늘 풍경이라는 순수 회화적 도상의 근저에 그날그날의 자신의 일상과, 감정, 태도 등을 차곡차곡 쌓아 자신의 상념을 재료로 비시각적인 층위를 형성하였다.

 

 

재현으로서의 하늘의 풍경은 진부하며 상투적으로 비추어질 수 있는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소소한 일상의 반추가 비물질적으로 도포됨으로써, 정태적인 풍경화에 머물지 않고 개별성을 부여받는다. 변화무쌍한 일기의 변화는 그날그날의 작가의 감정의 변화일 수도 있고, 그리는 행위를 통해 대상을 목도하며 무의식적으로 전이된 작가 자신의 내면의 반영이라고 믿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동일시의 주체는 작가가 아닌 지평선 위의 독립적 개체인 하늘인데도 불구하고, 작가는 대상이 되는 하늘의 전체적인 형세와 특정한 부분의 취사선택, 그리고 색의 발산에 대한 주관적 해석과 표현을 통해 회화의 주체자로서 지위를 획득한다.

 

 

전면 기법(all over)은 작가의 작품 전반에 걸쳐 지배적인 테크닉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기법의 시초는 야외 작업을 선호하던 인상파에서 유래하였는데, 특정한 대상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고 날씨와 햇빛의 변화가 유발하는 묘사 대상과 그것을 둘러싼 공기의 미묘한 일렁거림을 극적인 분위기로 재빠르게 표현하는 방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화면 구도상 특정한 대상의 묘사와 강조로부터의 자유로움은 전체 화면을 동일한 비중으로 채색하고 다룰 수 있게 하였고, 작가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동일한 크기의 작품을 서로 연결하는 방법으로 기법적 특성인 평면성을 배가시킨다. 이러한 행위는 묘사 대상인 각각의 하늘 풍광을 하나의 유닛으로 설정하고 병렬화하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며, 작가에게 동일한 시간의 길이로 반복되는 하루를 채집한 듯한 시각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챕터투 레지던시 2기 작가인 신용재는 갤러리 아트플로라,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주요 그룹전으로는 문화역서울284,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갤러리이안, 챕터투, 성남큐브미술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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