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그리고 非빛: 아나익 루 피트로드, 데이비드 오케인, 가브리엘 아세베도 베랄데, 저메인 크루프, 정희승, 쿤 반 덴 브룩, 리암 길릭, 막스 프리징거, 피터 스틱버리, 얀 토마체프스키, 유이치 히라코
챕터투 (Chapter II)는 "빛 그리고 非빛 (Light, Non-light)"전을 2018년 9월 17일부터 10월 13일까지 연남동 전시 공간에서 개최한다.
한병철 교수는 그의 근작 '타자의 추방 (Die Austreibung Des Anderen, 2017)'에서 현대사회의 미디어의 범람, 정보의 초과잉에 대해 "오늘날에는 지각 자체도 '빈지 워칭 (Binge Watching),' 즉 혼수상태에 이르도록 뚫어지게 보기의 형태를 취한다. 이는 어떠한 시간 제한도 없이 비디오와 영화를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소비자들의 취향에 아주 잘 맞는, 그래서 그들의 마음에 드는 영화와 시리즈 들이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제공된다. 소비자들은 언제나 새로운 같은 것을 섭취하고 소비가축처럼 살이 찐다……"고 주장하였다.
저자는 VOD 서비스를 예로 들며 디지털화한 미디어는 시간성이라는 속박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과잉 정보의 매개가 되어 위안, 휴식, 충족 등의 위장된 형태로 우리의 의식에 지속적인 침탈을 가하게 되고, 결국 인간의 의식 체계를 숙주 삼아 기생하는 형태로 고착된다고 설명한다.
20세기 초엽에 초기 형태의 장거리 통신망이 등장하면서 제한적 형태의 '국제 뉴스'가 선보이게 되었다. 이를 기점으로 주요 강대국의 통신사와 언론사가 출현하고 과점화 하게 되는데 이른바 주요 언론별 '논조' 라고 하는 것이 형성되었고, 이는 작게는 지역 사회 크게는 주요 정당, 국가, 국제 기구 등의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여론의 밑거름이 되었다. 뉴스 생산 및 가공의 비용적 측면은, 제한된 지면 및 방송 여건에서 미디어의 이슈 선점과 선명성 경쟁을 지속적으로 이끄는 추동력으로 작용했고, 이러한 시스템의 정상 작동은 정치 사회적 핵심 이슈에 대한 뉴스 소비자의 느슨하지만 광범위한 연대를 가능케 해 왔다.
인터넷의 등장은 특히 뉴스의 유통 면에서 미디어 산업의 진입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결과로 작용하였다. 과거 지면과 방송으로 국한되던 뉴스 유통의 경로가 디지털 미디어로 확대되면서 유튜브, 팟캐스트, 블로그 등 다양한 플랫폼의 출현을 가능케 하고 뉴스 생산에서부터 전달까지의 단계와 속도가 획기적으로 발전하게끔 이끈다.
특히, 각종 포탈 사이트와 SNS를 소수의 다국적 기업이 독점하고 뉴스의 무제한 공급과 광고의 연계 메커니즘으로 촘촘히 엮으면서, 바야흐로 정보의 과잉 생산 및 소비가 일상화되고, 뉴스의 가치 특히 최우선시되는 상업적 가치가 불특정 다수의 흥미 유발 정도에 따라 결정되는 상황으로 바뀌게 된다. 바야흐로 '좋아요' 혹은 클릭과 리트윗 수가 특정 언론과 기사의 선호도 나타내는 바로미터가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전지구적 위협 요소인 지구 온난화, 산업 폐기물의 폐해에 대한 기사가 1면 또는 헤드라인에 배치되고 주요 사안으로 지속적으로 다루어질 확률은, 헐리우드 셀러브리티의 가쉽 기사 혹은 주요 인사의 사적 스캔들보다 높다고 할 수 없는 환경이 도래하였다.
스마트폰의 보급은 정보의 접근에 대한 공간적 제약마저 허무는 결과를 낳았고 우리는 모두 손안에 전세계 모든 뉴스와 접할 수 있는 능력을 같게 된다. 이러한 뉴스의 무한대적인 접근성은 동시에 제한된 시간에 필요하고 요긴한 정보를 습득하고 응용하게 이끌기 보다는 각종 뉴스의 범람 가운데 우리 모두가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노출됨을 뜻하기도 한다. 뉴스는 더 이상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안녕을 위한 정보의 취득 창구가 아니라, 끝 없이 소비하고 빠르게 배설하는 오락의 대상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번 전시는 '과연 우리는 한달 혹은 일주일 전 우리를 놀라게 하고 주의를 끈 뉴스를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출발하였다. 더 나아가, 글로벌리제이션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친숙한 단어로 자리잡았음에도, 한 사회의 구성원에게 중요한 뉴스가 과연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도 함께 제기되었다. 이번 전시에 참가한 해외 각지 주요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는 작가들은 1) 9월 10일(월요일)에 자신이 접할 수 있는 매체를 선정하여 그 중 자신에게 가장 인상 깊고 비중 있게 다가온 기사를 읽고 2) 자신의 생활 공간 혹은 지역에서 그 기사와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장면 혹은 대상을 휴대폰으로 촬영하여 3) 이메일을 이용하여 챕터투로 보내도록 의뢰를 받았다.
총 11명의 작가가 참여하였는데, 물리적으로 같은 날짜에 촬영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최종 결과물은 각 작가가 사는 지역 및 국가, 뉴스를 획득하고 내재화하는 작가별 개인적 성향, 매체의 다양성 및 편집 방향에 따라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다. 흑백 사진과 함께 전시된 해당 기사들은 별도의 포맷 편집 없이 작가들의 자국 언어로 그대로 보여주고자 의도 되었기에 가독성은 상당히 제한된다. 결국 관람자들은 해당 작가의 지역과 그간의 작품 활동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만을 가진 채 사진과 기사 간의 상관 관계에 대한 해석에 주력하고 되고, 종국에는 사진 자체가 가진, 즉 빛과 非빛 (Light, Non-light)의 흑백 그라데이션이 창조한 구도, 색감, 피사체 등 이미지 자체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매일 일희일비 하는 뉴스의 즉흥성과 편향성, 그리고 태생적 휘발성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작가에 의해 특정한 의도 하에 포착된 이미지가 가진 예술적 가치와 함의, 보도 사진과 예술 사진의 경계성에 관한 각자의 견해를 환기시키는 계기를 선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