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삼: 휴먼 스테인
챕터투 (Chapter II)는 "휴먼 스테인 (Human Stain)"전을 2018년 3월 9일 부터 4월 21일까지 연남동 전시 공간에서 개최한다.
사람이나 사물의 형태나 외향에 대한 주관적인 표현을 나타내는 형용사의 어원을 추적하다보면 색, 물성, 온도 등을 나타내는 단어에서파생된 경우가 상당히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단순히 서구 문자체계의 근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라틴어 뿐만 아니라대다수의 아시아 언어권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흔히 인간이 가진 감각들을 '오감'이라고 통칭하는데 이 중 실질적인 신체의 접촉에 의해감지가 일어나는 경우는 '피부감각'이 유일하다. 피부에 분포되어 있는 신경은 접촉을 통해 파악되는 온도감 및 재질의 물성, 위협 정도등을 대뇌피질에 전달하며, 시각에서 추출된 정보와 결합하여 인지(Cognition)가 생성된다. 즉, 인간이라는 특수한 신체 기관과형태하에서, 주어진 사물의 표면에서 감지되는 촉감과 온도, 가공 정도는 시각이 판별하는 경험지식과 결합하여 즉각적인 특정한 감정을불러 일으킨다.
황학삼의 일련의 인체 조각들에선 인간이 가진 오감, 특히 색과 표면의 물성이 감상(Appreciation)이라는 행위에 어떠한 연쇄작용을일으키는지에 대한 작가의 예민한 탐구가 빛을 발한다. 거칠게 가공된 표면과 뒤틀리고 절명된 듯한 상태의 전신상과 흉부상들은검은색이 내포하는 상징성과 결합하여 그로테스크하고 기묘한 풍경을 연출한다. 인체 외형을 따라 굴곡마다 흩뿌려지듯 자리잡고 있는흰색의 표피들은 군데군데 표현된 양감에도 불구하고 생동감을 억제하고, 일련의 행위와 이벤트가 오랜 시간이 경과했음을 알려주는시각적 지표로 기능한다. 어떤 행위가 있었는가에 대한 서사적 심상이 일어나기전, 이러한 일련의 장치들의 감각에 대한 직접적이고즉각적인 호소는 작품의 형태와 의도된 구상성에 우선적으로 집중하게끔 이끈다.
있었음직한 외부의 충격과 여파가 직접적으로 표현된 조각상은 일관적으로 건축용 서포트에 결사적으로 매달리거나 관통된 형태로표현되어있다. 작품에서의 서포트는 실질적으로 조각상을 지탱하고 있는 기능 이외에도 작품에 내포된 은유와 개념의 전달 역할 또한하고 있음이 흥미롭다. 작가의 표현대로 이 기둥들은 삶 속에서 간헐적으로 구축되는 일시적이고 불완전한 가치관으로 해석될 수 있다. 뒤틀리고 뜯겨나간 신체의 형상은 불완전한 가치관과 함께 기거함으로 야기된 비정상적인 삶의 행로 또는 불확실한 미래 앞에 던져진 작가, 아니 우리 자신의 모습 또한 은연 중에 반영한다.
서포트의 일반적인 용도와 함께 마치 흑요석으로 가공된 듯한 조각상은 상당한 무게감을 암시하는데 반해, FRP로 이루어진 조각상은상당히 가볍게 가공되었다. '서포트와 조각상의 결합'이라는 일률적 구성으로 세워져 있는 조각상들은 언케니한 풍경을 조성하지만공포를 유발하지는 않는데, 이는 이러한 균질한 패턴과 색의 단조로움, 시간성이 스테이징된 방식이 우리가 영화나 역사적 사건 등에서유추될 만한 장소, 사건의 모습 보다는 비현실적이고 상당히 절제된 방식으로 보여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 보다 실제 속이 텅 비고 가벼운조각상은 서두에서 언급한대로 육체가 비물질적인 '정신(Spirit)'에 종속되어 있고, 인간의 모든 희노애락이 이로 인함임을 상징하기도한다. 이는, 제목이 암시하듯이, 우리가 맞닥뜨리는 조각상들이 실제 육체의 다양한 재현이 아닌 정신과 마음의 상태를 투영함으로해석되야 함에 힘을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