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경: 혼돈스러운 그러나 시적인

7 September - 14 October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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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챕터투(Chapter II)는 오유경의 ‘Chaotic but Poetic’전을  2017년 9월 7일부터 10월 14일까지 연남동 전시 공간에서 개최한다.

 

오유경의 작품의 기저를 흐르는 중심 주제는 순환성이다. ‘순환’이라는 자연과학적, 관념적 현상의 기초는 순환이 일어나는 독립된 그리고 상호 연결된계(界)의 존재와 그것에 대한 우리의 인지에서 출발한다. 가이아(Gaia), 초연결(Hyper-Connected), 카오스(Chaos) 이론 등은 이러한 순환이 전일적이고 유기체와 사회 구성원간 만연하며 불특정적이고 예측 불가함을 설명해 주는데, 순환의 사전적 의미처럼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물질간 비물질간 상호 작용과 간섭은 계의 성격을 규정하고 항상성을 부여하며, 다른 계와의 경계(境界)를 형성한다.

 

오유경의 작품은 ‘열린 공간’을 지향하며 순환을 중요한 작품의 요소로서 끌어들인다. 그 곳은 지구라는 특수한 환경을 지배해 온 각종 물리 법칙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고, 고대로부터 4원소로 불려왔던 공기, 물, 불, 흙의 상호작용이 연속되는 곳이다. ‘관람자의 움직임이 생성하는 대류의 흐름(땅의 스펙트럼 역모빌, 2016)’, ‘달의 인력에 따른 조수 간만차(Entanglement_Mirror 2, 2015)’, ‘빛의 반사와 산란(Moon’s Pagoda, 2013)’ 등 그간 오유경의작품에서는 공기의 흐름, 중력, 빛 등 비물질적 요소가 유발하는 효과와 현상이 작가의 의도를 전달하는 필수적 장치로 차용되어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오유경은 작가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일종의 매개자 혹은 고행자로 설명하기도 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대표작인 Salt City(2017)는 탑의 형태로 서해안 갯벌 위해 놓여진 백여개의 소금 덩어리(Block)가 조수로 인해 서서히 그 형태가 축소, 변형되고 종국에는 소멸하는 과정에 대한 퍼포먼스 (Performance)이다 (실제 전시장에서는 조수의 한 사이클인 18시간 동안 촬영, 편집된 12분 분량의 싱글 채널 비디오가 상영된다). 이 작품은 그간 자연계의 순환성을 작품에 차용하던 위치에서 소금 덩어리라는 해수에서 추출되고 수용성인 물질을사용하여, 순환의 고리에 직접 참여했다는 점에서 작가의 이전 접근의 진일보한 형태이다. 일회성 이벤트이고, 비미술적 재료인 블럭 형태의 하얀 소금 덩어리를 미니멀한 탑의 형태로 구축한 점에서 Salt City는 대지미술 (Land Art)의 전형적 구조를 따르고 있는데, 특히 갯벌과 염분이라는 조합은 로버트스티븐슨 (Robert Stevenson, 1938 - 1973)의 기념비적 대지작품인 Spiral Jetty (1970, Utah, USA)를 떠올리게 한다.

 

수십만 킬로미터 밖의 달의 인력이 작용하여, 하단부터 바닷물이 차오르며 서서히 사라져가는 소금탑은 작가가 히말라야를 여행하면서 몸소 느꼈던 고산증에 대한 기억과 함께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힘, 순환의 섭리에 대한 시각적인 징표이기도 하다. 썰물 후 발견되는 흔적, 얇은 단층 소금 덩어리는 지구의 자전이라는 순환 작용이 인공 구조물의 형태를 변형시키고 소금의 환원이라는 비가역적인 행위를 이끌었음을 환기 시키면서, 작품에 작용한 시간의 흐름과 자연 현상에 대한 일종의 경외와 함께 생경한 시적 감흥을 일으킨다. 또한 작가는 고정된 프레임의 다큐멘터리 형식의 비디오 영상을 통해 소금이 오랫동안 누려왔던 재화로써의 지위가 점차 소멸되어 감을 은유하면서, 점차 극단적인 양상을 보이는 자본주의의 전개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함께 ‘유한과 무한’에 대한 작가의 철학적 사유를 공유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Chapter II Residency의 1기 작가로 참여한 작가의 1년여 간의 성과를 되짚어 보는 리뷰 전시이자, 서울문화재단의 ‘2017년 예술작품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열리게 된다. 오유경 작가는 서울시립대학교와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 (ENSBA)에서 수학하였고, 팔레드 도쿄 (Nouvelle Vaguel, 파리, 2013), 오카야마 아트센터 (Distance, 오카야마, 2012),  에르메스 (Condensation, 도쿄, 서울, 2014), 북서울시립미술관 (조우, 서울, 2015), OCI 미술관 (Six Senses, 서울, 2015), 클레이아크미술관 (Earth, 김해, 2016) 등 국내외 주요 뮤지움과 기관의 다양한 전시에 참여하며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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