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수: CHAPTER II WINDOW | 굿바이 투 러브 I - 환상의 빛
집단화된 현시대에서 사라져가는 개인의 삶과 가치에 대해 탐구해온 박혜수는 2013년부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실연 사연과 그와 관련된 물품들을 수집해왔다. 우연히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헤어진 연인이 선물한 1,000마리의 종이학을 단돈6,000원에 판매하고 있는 것을 보고 쉽게 타인에게 넘겨버릴 수 있게 된 지난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함께 전시되는 빈 예물시계 상자는 한 이혼녀가 예물시계보다 애착을 느껴 이혼 후에도 한동안 간직해온 것이다. 사랑 없는 결혼생활과 전남편과의 이별로 인한 아쉬움 보다 어쩌면 포장에 가까운 결혼 자체에 대한 환상을 쉽게 버리지 못했다.
한 끼 식사 값보다 못한 가치로 전락한 옛 사랑의 가치를 생각하면서 현실적 이유 앞에 사랑은 얼마든지 포기 할 수 있다던 많은 사람들의 답변을 떠올렸다. 현실을 위해 꿈을 포기하고, 사랑을 버리고, 가족과 벽을 쌓으며 자신을 잃어가는 사람들... -박혜수
박혜수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법한 기억과 감정을 나열함으로써 사회 통념과 획일화된 행복의 기준으로 인해 본질을 외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과 주변인들, 또 그들과의 관계를 돌아보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