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효민: 그레이쉬
챕터투는 권효민의 개인전 《그레이쉬(Grayish)》를 2024년 3월 20일부터 4월 27일까지 연남동 전시 공간에서 개최한다. 개인을 매료시키는 대상의 색감이나 질감에 관한 시각적 관심을 비구상적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재료의 물성을 실험해 온 권효민은 작은 크기와 밀도를 통해 색색의 레진 조각들을 불규칙하면서 정교한 형태로 집적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2022년 챕터투 레지던시(Chapter II Residency) 입주 이후 지속해 온 평면 부조 'Gallstones' 시리즈에서 한층 나아가 개인을 둘러싼 일상과 집단의 요소가 중첩되고, 불완전한 형태로 융화된 모습을 수집한 후 이를 재구성하여 선보인다.
권효민(b.1985)은 대구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서양화과,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에서 Painting & Drawing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목화랑(2020), Dekalb Gallery(2017), 윤갤러리/대백프라자 갤러리(2009)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대구예술발전소(2023, 2021), 갤러리CNK(2022), 챕터투(2022), A&M갤러리(2022), 가창창작스튜디오(2021), Wiregrass Museum of Art(2021),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미술관(2020) 등에서 열린 그룹전에 참여했다.
권효민 작가노트 (2024)
나는 왜 때때로 사회가 개인의 주체성을 통제한다고 느끼는가? 또 개인은 왜 사회가 만든 기준에 부합하고자 노력하는가? 나의 작업은 자유에 대한 갈망과 사회의 보편 관념을 벗어나는 두려움에 대해 질문하며 시작한다. 자유와 통제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서 자주 논의되는 주제다. 누군가가 둘 중 무엇이 우선하는지 묻는다면 나는 모르겠다고 답할 터다. 대신 두 요소의 균형과 조화를 끊임없이 유지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왜 공동체는 규칙과 관념을 개인에게 교육하고 전파하는가? 아마도 무질서와 혼란을 막기 위해서일 것이다. 사회는 집단으로서 공존하기 위해 만든 규범이나 사상, 교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교육한다. 그중에서도 상징이나 기호 등을 도구로 하여 규율을 이미지화하는 방법에 흥미가 생겼다. 예를 들어 교회나 성당은 성경의 주요 장면을 그림으로 장식하고, 국경이나 왕족은 그들만의 상징 이미지를 그린 깃발을 곳곳에 배치해 영역을 표시한다. 이렇듯 공동체는 적극적인 시각 효과로 신념과 권력을 확산시킨다.
나는 이에 주목해 'Grayish' 시리즈에서 다양한 집단의 상징과 기호를 수집한 후, 불규칙하게 중첩하고 배열하는 방식으로 시각화했다. 그리고 개인의 주체성과 사회의 통제 사이의 관계를 두 가지 다른 형식의 입체로 구현해 불완전하게 포갰다. 앞쪽의 선형 그물망은 사회의 사상, 이념을 뜻하고 그 뒤로 보이는 복잡하게 응집된 다양한 형상의 입체는 현실을 의미한다. 완벽한 통제가 불가능하고 의미 없는 규범이 팽배한 세상이지만, 우리는 함께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