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호: Graft
챕터투는 배성호의 개인전 《GRAFT》를 2025년 11월 19일부터 12월 31일까지 연남동 전시 공간에서 개최한다. 배성호 작가는 수집, 해체, 재조립의 반복 과정을 통해 사물과 존재의 경계를 드러내고 재구성하는 예술적 실천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서로 다른 기원을 가진 재료로 폐기된 인형, CT 골격 데이터, 임상·주술적 오브제를 결합해 대리적 생명체의 적응과 존재 방식을 탐색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노트 (2025)
모아두는 습관이 늘 출발선이 된다. 수집과 채집 사이를 왕복하며 축적된 사적 표본들, 중고 인형과 폐기된 인형 조각, 의례적 도구, 그리고 격리 장치와 같은 사회적 장비들은 표면 아래 잠복한 규칙과 작동을 드러내기 위한 재배열의 기반이 된다. 의도된 맥락을 잠시 비켜두면 파편과 빈자리의 구조가 부상하고, 그 배열을 통해 또 다른 질서가 형성된다. 분해와 재조립의 반복은 단일한 외피를 여러 층위의 단면으로 전환시키며, 내부에 남아 있던 균열과 규칙을 차례로 노출한다. 접합과 분리의 리듬은 관계의 배치를 지속적으로 이동시 키며,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벗어난 형태들은 이러한 이동의 경계에서 생성된다.
폐기물 처리장에서 수거된 인형들, CT 기반 골격 데이터, 임상적 혹은 주술적 맥락에서 사용되던 오브제들은 서로 다른 스케일과 시간성을 가진 단위로 다시 엮인다. 이러한 조립은 잔여를 매개하고, 사라진 관계를 임시적으로 복원하는 작동이며, 전통적인 법의학적 복원술을 비틀어 확장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존재한 적 없이 멸종된 얼굴을 추정하는 과정은 골격만으로는 환원되지 않는 흔적들을 따라가며, 그 간극을 알레고리적 구조로 변환한다. 여기서 알레고리는 생명과 비생명 사이의 전이 상태를 기술하는 조형적 장치로 기능한다. 버려진 봉제인형은 사물성과 사후적 표식을 동시에 지닌 상태로 나타나며, 해체와 봉합의 절차는 이 이중적 상태를 통과시키는 기술적 과정이 된다.
프랑켄슈타인 괴물을 기반으로 한 인형들은 애착과 기괴함의 두 극을 가르는 분기점을 형 성한다. 원작의 괴물이 지녔던 낯설음이 상품화 과정에서 약속된 귀여움으로 희석된 이후, 이 작업은 그 탈색된 이질성을 다시 회복시키려는 조형적 시도로 이어진다. 해부와 재봉합을 거치는 동안, 동일한 원형에서 파생된 개체들은 각기 다른 응력과 밀도를 지닌 구조로 변이한다. 기획된 귀여움과 상징화된 기괴함은 서로를 가로지르며, 특정 특질의 소거나 희생은 군집 내부의 이질성을 확장한다. 이 흐름 속에서 괴물의 특이성은 축적된 변이를 통해 더 선명해진다.
상품 이미지 단계에서 무균화된 좀비 인형들은 해체 이후 건축적 구성으로 전환된다. 이 때 전염은 접촉이 아닌 구조의 복제 규칙을 통해 확산되며, 표면은 위장 전략을 따른다. 외벽에 부착된 방역 장갑은 촉각적 신호를 남기지만 접근을 차단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이러한 구조는 안전을 표기하는 동시에 감각적 접근을 억제하며, 잔여의 복원, 감각의 모의, 변이를 통한 증식이 하나의 장 안에서 서로 연결되고 분기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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