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영: 동굴

18 July - 14 August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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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챕터투는 이덕영의 개인전《동굴(Grotto)》을 2026 7 18일부터 8 14일까지 연남동 전시 공간에서 개최한다. 사회적 관계와 개인적 경험 속에서 형성되는 불안과 안식, 그 사이의 심리적 균형을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이덕영은 2024-2025 챕터투 레지던시(Chapter II Residency) 입주 기간 동안 도시의 긴장을 들여다보며, 오래된 건축물과 자연물을 관찰하며 그 안에 담긴 질서를 포착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복잡하고 무질서해 보이는 형태 속에서 규칙과 패턴을 발견한 그는 이번 전시에서 보호와 억압이 공존하는 내면의 풍경을 펼쳐 보인다

 

이덕영(b.1990)은 목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미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2022), ArtSpace128(2021, 2019), 이응노미술관(2020), 우연갤러리(2016)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챕터투(2024), 대전시립미술관(2024, 2023, 2019), 서울대학교미술관(2022), 갤러리밈(2022),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2019) 등 주요 기관에서 열린 그룹전에 참여했다.

 


 

이덕영 작가노트 '동굴' (2026) 

사회로부터 혹은 사적인 사건으로부터 도망을 칠 때, 나만의 은신처를 향해 도망친다. 그곳은 나만의 안전한 은신처가 될 수도 있고, 빠져나오지 못할 도피처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누구나 하나의 동굴을 가지고 있다. 내적인 동굴이 되기도 하고, 콘크리트로 구축된 인조 동굴이 되기도 한다. 무언가로부터 쫓겼던 걸까. 아니면 정의되지 못한 불안을 품고 있었던 걸까. 고민이 이어지던 해에 서울에 올라와 5평 남짓 공간의 작업실에서 불안과 균형에 대한 작업을 진행했다. 1년간 숙식하며 지냈던 공간은 처음의 낯선 느낌과는 다르게 매우 익숙하고 편안했지만, 때론 답답함을 느끼게 해줬다. 스스로를 가두는 것처럼 작업했던 몇 달은 마치 도심의 작은 동굴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거리의 시끄러운 모습과는 다르게 단절된 듯 생활을 하다가, 답답함을 느낄 즈음 가끔씩 나가 사진을 찍었다. 처음 사진을 찍은 곳은 한국의 가장 오래된 아파트라고 하던 충정아파트였다. 리서치 중에 발견했던 오래된 건축물의 단조롭고 낡은 느낌에 이끌려 찾아간 곳이었다. 실제로 이곳을 찾아가 건물을 확인해 보니, 마치 거리의 거대한 화석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실제론 더 오래된 건물도 많겠지만, 큰 대로변에 관리가 안 된 채로 방치하듯이 건물이 놓여 있었다. 다 떨어져 나간 외벽 페인트, 건물 내부의 정리가 안 된 전선들의 무질서한 모습, 쓰레기와 먼지가 가득한 건물 속의 모습은 마치 인간의 불완전한 심리 속을 들여다보는 듯했다. 건물 안쪽의 구조는 복도식으로 빙글빙글 돌아서 움직일 수 있게끔 만들어져 있어서, 미로 속을 헤매는 기분이 들게 했다.

 

작업을 하며 느꼈던 의문은 가장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형태의 구조물과 자연물은 무엇일까였다. 기억 속의 가장 순수했던 자연의 형태는 군대에서 목격했던 비무장지대(DMZ)의 자연 형태였다. 누군가 관리를 안 해도 여름만 되면 수풀은 내 키를 훌쩍 넘어 거대한 바다 같은 숲을 이뤘다. 바람이 불면 이리저리 흔들리며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였고, 비가 오면 바다에 비가 떨어지는 소리처럼 시끄럽게 울어댔다. 겨울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자연은 그 모습을 감췄다. 한국의 과거 전쟁으로 인해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자연의 모습에서 가장 순수한 자연의 모습을 목격했었다. 이번에 충정아파트를 보며 구조물에서 그때 느꼈던 자연물의 형태가 떠올랐다. 가장 자연스럽고 순수한 구조물은 인간의 손을 떠나 방치된 구조물이 아닐까? 가끔씩 방치된 지 너무 오래되어서 건물을 담쟁이넝쿨이 뒤덮은 건물을 볼 수 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방치된 지 오래된 건물과 자연물의 모습을 보면 한편으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폐허같이 변한 외관은 누군가의 입장을 거부하는 듯한, 밀어내듯이 보이는 모습에서 동굴 속에 들어간 인간을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또 다녀간 곳은 억새가 무성하게 자라 있었던 하늘공원이었다. 그리 높지 않은 곳에 위치했던 억새밭은 억새와 하늘을 제외하곤 구조물이 매우 적게 보였다. 내 키를 넘긴 억새의 크기와 무성하게 자라서 군락지처럼 조성된 그곳은 예전에 목격했던 DMZ의 자연을 잠시나마 느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장소 또한 사람의 손을 거쳤기에, 자유분방하게 자란 형태가 아닌 사람의 통행을 위해 사각 형태의 외곽마다 줄이 쭉 이어져 있었다. 마치 자연을 통제하듯이 엄격하게 관리가 되어 있었다. 억새의 무질서하고 자연스러운 모습과는 다르게 관람객을 위해 통제되어진 줄의 형태는 매우 이질적으로 보였다. 줄을 넘어오면 안 된다는 규율이 있는 것처럼 아슬한 경계에서 규칙을 지키는 것처럼 느껴졌다.

 

억새의 무성하게 뻗은 형태나, 담쟁이덩굴의 목적지 없이 뻗어나간 듯한 모습에서 보이는 패턴에 항상 흥미를 느낀다. 또한 구조물의 콘크리트만 남은 벽의 정렬되고 단순한 형태에서는 약간의 긴장감을 느끼는 듯하다. 복잡하고 무질서한 자연의 형태에 나름의 규칙을 부여하며 캔버스를 채워 나간다.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 어디서 끝이 나는지 모르는 복잡한 규칙의 화면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한동안 작업실 공간에 오래 머무르고 있으면, 한쪽 벽이 무너지며 자연이 넘어오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벽은 억새를 묶어놨던 줄처럼 규범이었을까, 사회적인 암묵적 약속이었을까. 동굴 속에서 도피하던 인간은 누군가 꺼내주길 원할까. 아니면 스스로 탈출하길 갈망할지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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