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k Sun Min: Pale Pink Universe
챕터투는 2026년 3월 28일부터 5월 8일까지 연남동 전시 공간에서 박선민의 개인전《PALE PINK UNIVERSE》를 개최합니다.
《Pale Pink Universe》는 이탈리아 프레스코발디 가문이 기획한 국제 현대미술 프로젝트《Artisti per Frescobaldi》(2025) 에디션을 서울에서 선보이는 전시입니다. 카스텔지오콘도(CastelGiocondo, 이탈리아 토스카나 몬탈치노에 위치한 프레스코발디 가문의 와이너리 영지이자 성이 있는 장소) 이름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자연과 역사, 그리고 와인이 생성되는 과정과 시간을 다룹니다. 박선민 작가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최초의 아시아 작가로, 와인을 하나의 완성된 결과가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명의 흐름으로 바라봅니다.
전시의 중심에는 영상 설치 작품 <Pale Pink Universe>(2025, 13분 30초)가 있습니다. 영상은 빛 속에 떠오르는 하나의 액체 방울에서 시작됩니다. 투명하고 옅은 핑크빛 액체 속에서 미세한 입자들이 움직이며 서로 만나고 멀어지기를 반복합니다. 이 입자들은 씨앗, 왕관, 혹은 행성의 시작과 소멸을 떠올리게 하는 형상으로 나타나며, 유기적인 리듬과 움직임으로 이루어진 세계를 드러냅니다. 이 작품을 위해 특별히 작곡된 보얀 불레티치(Bojan Vuletić)의 현대 음악과 작가가 직접 낭독한 중세 시인 디노 프레스코발디(Dino Frescobaldi, 1271–1316)의 시는 이러한 이미지와 결합되어, 카스텔지오콘도를 둘러싼 서로 다른 시간들이 하나의 장면 안에서 겹쳐지는 구성을 만듭니다.
이처럼 움직이는 입자들은 고조되는 음악과 함께 작가의 꽃 드로잉과 만납니다. 영상 속 드로잉은 작가가 직접 방문한 카스텔지오콘도의 성에서 마주한, 건축물에 오랫동안 새겨져 내려온 꽃과 식물 장식에서 출발합니다. 작가는 자연이 풍부한 환경 속에서도 이를 다시 실내 장식이나 정원 양식으로 재현해 온 인간의 태도에 주목하며, 사람들이 자연을 바라보고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질문을 제기합니다.
이러한 관심은 벽면 장식의 플로럴 이미지를 촬영하고 실제 식물을 탐색하는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얻어진 드로잉은 <Pale Pink Universe>(2025) 영상 속에 등장하는 동시에, 조각 <Mockup for Pale Pink Universe -Bouquet Giocondo>(2025)와 드로잉 <Bouquet Giocondo D from S>(2026)로 확장됩니다. 하나의 이미지는 서로 다른 매체와 형태로 이어지며 변주되는 구조를 형성합니다.
박선민 작가는 인간이 자연을 관찰하고 표현해온 다양한 방식—정원과 농경, 그리고 문화적 장식에 이르기까지—이 예술 안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어지는 관계와 닮아 있음을 주목합니다. 이러한 반복적 태도는 작품을 바라보고 다시 표현하는 과정을 넘어, 예술이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헌정하는 흐름으로 확장되며, 이번 전시를 통해 하나의 연속된 감각으로 드러납니다.
이 작업은 2025년 가을 이탈리아 몬탈치노에서 처음 공개되었으며, 이후 토리노 아시아 박물관(Museo d’Arte Orientale, MAO) 전시를 통해 다시 소개되었습니다. 본 영상 설치와 드로잉 시리즈는 미술관 컬렉션으로 영구 소장되었습니다.
서울 CHAPTER II에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이러한 감각을 도시의 맥락으로 확장합니다. 영상 속에서 전개되던 꽃의 형상은 실제 식물의 모습으로 전환되어 나무 프레임 안에 놓이며, 토스카나 성벽의 장식 모티브였던 자연과 현재의 도시 풍경이 하나의 공간 안에 함께 놓입니다.
또한 신작 브론즈 조각 <First of the Twenty-Two>(2026)이 함께 공개됩니다. 이 작업은 작가가 카스텔지오콘도에서 머무는 동안 쓴 시에서 출발하며, 하나의 대상을 오래 바라보는 과정 속에서 관찰자와 대상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을 다룹니다. 특히 꽃이 만개한 순간이 아니라, 정점을 지나 씨앗을 맺기 직전의 상태에 주목함으로써 생성과 소멸이 교차하는 시간을 드러냅니다. 이 작업은 2022년 사진 연작 <Your Faces>와도 연결되며, CHAPTER II 윈도우 갤러리 길 건너편 일상예술서점 ‘스프링 플레어’ 공간에서 함께 소개됩니다.
박선민의 작업은 이러한 관찰과 표현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형성됩니다. 하나의 이미지는 다른 형태로 이어지고, 다시 새로운 방식으로 나타나며, 그 사이에서 감각과 시간의 흐름이 서서히 드러납니다. 관객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미지와 물질, 그리고 시간 사이를 오가며, 조용히 이어지는 리듬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는 곧 ‘시간이라는 음악의 춤’을 마주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¹ ‘시간이라는 음악의 춤’은 영국 작가 앤서니 파월(Anthony Powell)이 니콜라 푸생(Nicolas Poussin)의 동명 회화에서 착안하여 집필한 연작 소설 『A Dance to the Music of Time』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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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Sun Min, Pale Pink Universe, 2025 -
Park Sun Min, Pale Pink Universe -Bouquet Giocondo d 07, 2025 -
Park Sun Min, Pale Pink Universe -Bouquet Giocondo d 06, 2025 -
Park Sun Min, Pale Pink Universe -Bouquet Giocondo d 05, 2025 -
Park Sun Min, Pale Pink Universe -Bouquet Giocondo d fromd from S, 2026 -
Park Sun Min, Mockup for Pale Pink Universe -Bouquet Giocondo, 2025 -
Park Sun Min, First of the Twenty -Two, 2026 -
Park Sun Min, K’s Face, 2022 -
Park Sun Min, P’s Face, 2022
